작성일 : 13-10-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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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동규 (1.♡.15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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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1920년대에 번영이 찾아왔어도 이민자들에 대한 토착주의자들의 편견과 배척 활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1920년대는 미국인만을 위한 미국, 즉 ‘100% 미국주의(Americanism)’를 주창하며 외래의 것에 대항하여 전통적인 가치관을 수호하려는 시대였다. 당시 이러한 보수적이며 획일적인 사회 풍조를 잘 대변하는 것이 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었다. KKK단은 원래 남북전쟁 직후인 1867년 테네시에서 결성된 반흑인 비밀 결사단체로서 노예해방에 자극되어 반항적이며 위험스런 행동을 하는 흑인들을 감시하거나 협박하는 일을 주로 하였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남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부활하여 비미국적 가치관을 지닌 이민자들에 대한 배척운동을 전개하였다.1)
KKK단은 남부의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북부와 중서부 산업도시에서도 급속히 팽창하였고, 1924년에는 4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였다. 클랜 단원들은 자신들이 애국자이며 도덕성의 수호자로 보이도록 노력하였다. 이들은 비밀 집회를 열고 불 십자가를 휘두르며, 흰 두건을 쓴 채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외국의 정부나 국민, 그리고 제도에 대한 충성을 배격하고, 가톨릭교도, 유대인 그리고 외국인들에 대하여 조직적인 위협을 가하였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채찍질을 하거나, 타르 칠을 하고 몸에 새털을 씌워 놓기도 했으며, 불을 지르거나 린치를 가하는 등 폭력을 이용하여 공포심을 조장하였다.
KKK단은 또한 이질적인 이민자들이 구습을 버리고 미국 사회에 적극 동화하도록 하는 소위 ‘미국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였다. 이것은 이민자로 하여금 모국과의 유대 관계를 청산하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미국 사회에 동화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에도 그 전례가 있었지만 연방 정부, 주나 시정부 그리고 많은 민간단체가 이민자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도록 하며, 귀화를 장려하고 전쟁 채권을 구입토록 하는 등 미국적 가치관과 애국심을 고양시키기 위한 일련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KKK단과 ‘100% 미국주의’ 본문 이미지 1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는 유색인종․가톨릭교도․유대인을 대상으로 잔인한 테러와 린치를 자행하였다
이민자들이 ‘미국화’되어야 한다는 이념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용광로(melting pot) 이론이다. 여러 불순물이 섞인 쇠붙이들을 녹여 순도가 높은 금, 은 그리고 강철을 뽑아내듯이 세계 각처에서 다양한 언어와 종교, 그리고 문화와 풍습을 가진 이민자들이 미국인이라는 새로운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란 용광로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은 가장 미국인다운 미국인, 그 중에서도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즉 앵글로–색슨 혈통을 가지고 개신교를 믿는 백인이 바로 이 용광로가 만들고자 하는 주물이다. 흑인이나 황색인들이 용광로에 들어간다고 백인으로 변할까마는 적어도 사고와 행동 양식에서는 백인과 유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수주의적 애국주의가 팽배하였던 당시의 시대･사회적인 배경으로 볼 때, 이민 규제에 반대하는 세력은 극히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1924년 국적별 이민제한법(National Origins Act)이었다. 이 법안은 국적과 인종에 따라 이민 쿼터를 차별적으로 적용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이민’을 억제하고 백인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 법안은 1890년의 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 태생의 인구를 출생국별로 구분하여 출생국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수로 이민을 제한하였다. 또한 한 해 입국할 수 있는 이민 쿼터도 15만 명으로 한정하였다. 1890년 당시 미국의 인구 중에서 북서 유럽 출신자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고, 남동 유럽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이민 쿼터의 대부분이 북서 유럽 국가들에게 배당되었다.
국적별 이민제한법은 WASP를 핵심으로 하는 북서 유럽 국가로부터의 이민은 환영한 반면, 남동 유럽으로부터의 이민은 크게 제한하였다. 동양인(한국인은 당시 일본인 쿼터에 포함됨)은 각 국적별로 매년 100명만이 명목상으로 이민이 허락되었으나, 실질적으로 시민권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이민이 거의 금지되었으며, 결국 이 법안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 이민은 포기되고, 이민의 문호가 사실상 닫히게 되었다. 이것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피난처로서의 미국, ‘기회의 나라’로서의 미국을 상징하는 여신상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켜 놓았다.
1924년 쿨리지(Calvin Coolidge) 대통령은 인종차별적인 국적별 이민제한법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해에 자유의 여신상과 베들로 섬, 그리고 연방 이민국이 있던 엘리스 섬이 국가기념물로 공식 지정되었다.2)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기념물인가? 라자러스가 말한 ‘망명자의 어머니’로서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이민을 환영하는 상징물인가? 아니면 알드리치가 묘사한 것처럼 ‘이름 모를 잡신과 의식’을 가진 ‘잡다한 군중들’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하얀 여신’인가?
[네이버 지식백과] KKK단과 ‘100% 미국주의’ (마이너리티 역사-혹은 자유의 여신상, 2003.6.30,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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